Page 75 - 대건고 2022 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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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에 빠지는 감상. 그 새삼스러워진 눈으로 많은 것을 포착할수록 영화에 대한 이해도는 깊어
               졌다.


                 운이 좋게도 내가 쓴 시놉시스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시놉시스는 추
               락한 성적과 앞두고 있는 군입대로 자신의 인생이 위태로워졌다고 느낀 고등학생 영식이, 유물

               발굴을 실낱같은 희망으로 붙잡고 더 나아가 성대한 성공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이야기를 떠
               올리는 과정도 결국엔 포착의 과정이었다. 아직 학교밖에 다니지 않은 고등학생에게 실패와 성
               공이란 성적으로 수치화되기 쉽다. 여기에서 성적 비관으로 실의에 빠진 인물 영식을 포착하고
               김유정의 소설 ‘금 따는 콩밭’에서 최후의 보루로 허황한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
               하여 모티브로 가져왔다. 더해 6·25전쟁 등 온갖 것을 가져와 섞었더니 금 따는 콩밭이란 이야
               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면 영화란 포착인가? 포착의 관점에서 바라본 영화에 대해 말하긴 했지만 영화는 무수
               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고 포착은 그 요소 중 하나인 것 같다. 영화의 속성을 이루고 있는 모

               든 요소가 가진 교집합을 발견한다면 그제야 영화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은 그 무엇을 발견하기엔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일단 영화는 포착이라는 명제가 거
               짓은 아닌 것 같으므로 나는 만 17세의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경험과 한 학기간의 꿈두레 활
               동으로 미루어 볼 때 영화는 포착의 과정이라고 결론짓기는 하겠다. 아마 영화는 무엇일지에
               관해서는 일생에 걸쳐 그 답을 쉬엄쉬엄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영화감독들은 영화가 무엇이라고 했는지 찾아봤다. “영화란, 진리를 위한, 혹은 진리를 찾기


               위한 초당 24개의 거짓들이다.”미하엘 하케네가 말했다. “드라마는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인

               생이다.”알프레드 히치콕이 말했다. 이 말은 영화는 포착의 과정이라는 것과도 맥이 닿는 부분
               인 것 같다.


                 감독의 역할로 영화 촬영에 임하게 되었다. 정신없는 현장에서 디렉팅하면서 떠오른 생각은
               감독은 단순히 자신이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에 그 영화의 감독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
               다. 분명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이라는 직업이 구분되는 이유가 있었다. 촬영은 아이디어를 실
               제화하는 작업인 만큼 현실적인 부분, 실무적인 부분과 많이 맞닿아 있다. 정해진 예산과 시간
               과 인력과 여건... 그리고 변덕스러운 날씨 등. 따라서 현실과 타협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순간

               들도 많이 온다. 그러한 순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감독의 역량을 드러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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