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대건고 2022 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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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수기
              교육과정 수기                                                  |   꿈두레 공동교육과정   |




                            내 인생 첫 번째 영화 제작 보고서
                                   꿈두레 영화제작실습 수업을 마치고

                                                                              2학년 최하현



              영화란 무엇인가. 나는 예술하면 동굴에서 벽화를 그리는 옛사람들의 태곳적 이미지가 떠오
            른다. 예술에 있어서 그때의 핵심이 지금에 와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돌가루
            를 펴 발라 포착했던 동물들의 생동감은 이제 MP4 포맷으로 저장되어 움직이는 영상으로까지
            가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형식은 바뀌었어도 내용의 핵심은 동일하다. KBS 동물의 왕국
            이나 프랑스 라스코 벽화나 그러한 작품을 제작하게 된 동기는 근육질의 동물들이, 설키면서,
            움직이는데 그 움직임이 주는 원색적인 감동을 포착하기 위함일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포착하
            는 과정에서 주관을 부여하게 되는데 그래서 예술에서의 포착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재창조
            가 된다.


              내가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경위도 포착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어릴 땐 그림을 자주 그렸
            었으나 풍경을 정확히 묘사하려는 강박 때문에 곧 질려버렸고 그렇게 그림과 멀어지려 할 때쯤
            아빠가 내게 카메라를 주셨다. 렌즈가 정말 무거운 카메라였는데 한동안 그 쇳덩이를 들고 여
            기저기 찍고 다녔다. 포착이 주는 재미에 빠졌었다. 일상 속 순간순간 느껴지는 시각적 자극이
            셔터를 누르면 그때의 감흥과 함께 사진으로 담겼다. 사진에 대한 흥미가 영상으로까지 옮겨
            갈 때는 포착의 ‘형식’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삼분할 선을 의식하며 가장 멋질 것 같은 구
            도를 생각하기도 하고 화각과 심도 등 자질구레한 기술들도 익혔다. 그러다 보니 희미하게나마

            나만의 스타일이란 게 발견된다. 포착에 재미가 들리고, 주관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내가 태어난 2005년은 이미 영화가 발명된 지 100년도 더 됐을 때다. 영화라는 건 전혀 새로
            운 것이 아니었다. 영상매체가 공기처럼 여기저기 흔하게 떠다녔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것
            들에 대해 미처 생각해볼 틈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영화로 마주하지 못했다. 영화관에
            서 영화를 볼 때면 그저 그 컴컴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좋았고 영화에서 제시하는 이야기의 흐
            름 정도만 따라가는 수준에 그쳤다. 주제나 의도 따위의 영화가 가진 기본적인 색깔은 인식도
            못 하는 색약이었다. 왜냐하면 영화는 공기처럼 흔하고, 그래서 전혀 특별하게 바라볼 만한 것

            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다 위 시기를 거치면서 영화를 ‘새삼스레’바라보는 눈이 생겼다. 인생
            의 어느 순간을 포착한 영화, 그 영화에서 어느 한 장면을 포착해 다른 부분과 연결 지어가며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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