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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및 독서 토론 후기
              서평 및 독서 토론 후기




                                   소설 ‘남한산성’을 읽고



                                                                              2학년 박준형


                                    소설 남한산성
                                    청나라의 침략에 맞선 45일간의 비참한 항전이 남한산성에 있었
                                  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건 소설 남한산성이
                                  다. 한국사 교과서에서 배웠던 병자호란을 소설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셈이다. 역사책이 말해주는 이야기와 김훈 작가가 말해주는 이
                                  야기는 어떤 게 다를까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선정했다.
                                  정묘호란 이후 후금과 조선은 형제의 연을 맺었는데 조선이 후금을
                                  섬기지 않고 명에 대한 사대만 강조하는 와중에 결국 후금이 청으로
                                  이름을 바꾼 후 조선으로 진군하니 이것이 역사 속 병자호란이다.
                                  파죽지세로 진군하는 청을 막을 수 없던 조선 조정은 결국 남한산성
            으로 들어가 항전하기로 한다. 청은 금세 남한산성을 포위해버린다. 남한산성 내부에서는 항전
            을 계속하자는 의견과 그만두자는 의견이 대립하고 갈등한다. 조여들어 오는 압박에 결국 인조
            가 항복하기로 하고 청 황제에게 삼배구고두례를 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두 충신
              남한산성에서 그야말로 일품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이 김상헌과 최명길의 논쟁, 그 사이에
            서 갈등하는 인조의 모습이다.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고 삶을 구걸하느니 사직을 위해 죽는 것
            이 신의 뜻이옵니다.", 죽음을 감수하면서도 대의명분을 지키고자 하는 그의 올곧은 기개가 느
            껴진다. 자신의 나라를, 임금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 이것이 김상헌의 애국이었다. “죽음은 견
            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사옵니다.”라는 구절은 최명길의 주장을 관통한다. 비록 치욕을
            겪을지라도 살아간다. 바퀴벌레처럼 더럽게라도 살아가야 길이 있는 것이다. 최명길은 명분보
            다 실리를 중시했고, 명예보다 나라의 운명을 더 중시한 책략가이다. 그는 목숨을 걸고 적의 아
            가리로 들어가 협상을 도모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많은 대신이 그를 역적이라 비난했지만,
            이것이 최명길의 애국이었다. 김상헌과 최명길이 주장하는 바는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들여다보면 김상헌과 최명길 둘 다 개인의 이익이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
            라 자신의 군주와 국가의 안위를 위해 주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김상헌이 옳
            은가 최명길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따지고 싶지 않다. 혹자는 김상헌을 비롯한 척화파의 주장
            이 탁상공론이라며 비난하고는 한다. 하지만 김상헌은 말로만 대의를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성벽으로 나가 적병에 대한 대처를 고민하는 실천적인 인물이다. 남한산성을 읽은 이후


            54  2022               63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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