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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어과 교과데이 글쓰기 대회                                            |   문예백일장   |
                 2022 국어과 교과데이 글쓰기 대회




                                              다른 사람들



                                                                                 2학년 정승환


                 나는 한국 나이로 18세이다. 어른들보다 훨씬 어리고 모르는 것이 많을 나이지만, 요즘 살아
               가면서 묘한 냉기가 많이 느껴진다. 나는 버스나 시간이 넉넉할 때 인터넷 기사 보기를 매우 좋
               아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네이버에서 기사를 보고 댓글을 확인하고, 유튜브에서도 영상을
               보고 댓글을 확인해봐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분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이 의견을
               제시하는 댓글을 달면, 그 밑에 달리는 댓글에는 못해도 5개는 욕설이 있었다. 인터넷 기사만
               이 나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간은 사회적인, 개인적인 관계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
               러한 관계들이 점점 구축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서
               로서로 장점을 공유하며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내 운이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내 주변에서는 내 생각처럼 이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
               히려 한 사람의 성격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배척하고, 그 사람을 깎아내리는 것을 너무 많이 봤
               다. 인터넷 속에서 현실 속에서 이런 것들을 보고 나는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사회가 많이 아프
               고 혐오로 얼룩져 더러워졌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 친했지만, 지금은 캐나다로 가서 살고 있는
               한국-캐나다 혼혈인 내 친구와 연락을 하며 물어본 적이 있었다. “넌 한국에 있을 때 뭐가 좋


               았냐?”그 친구가 나한테 말했다. “ 음,, 치킨하고 사람들?”내가 사람들 어디가 좋으냐고 물어
               보니까 한국 사람들은 온기가 느껴진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그때까지는 우리 사회는 몸같이 따
               뜻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때보다는 여려 면에서 다양성이 높아
               지며 꽃샘추위가 온 듯했다. 솔직히 난 조금 힘들다. 혐오가 너무 심해진 것 같아서 어디 가서
               의견도 못 낼 것 같다. 내가 편하게 여기는 친구들 앞에서도 말을 하기가 살짝 힘들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겹쳐지고 겹쳐지는 과정을 반복하더니 나에게 공황장애가 왔다. 너무 힘들어서
               심리치료 센터에서 내가 겪고 있는 증상들을 말했다. 그랬는데 의사선생님이 나에게 그러셨다.
              “15년도부터 부쩍 너 같은 사람들이 많이 늘었어, 원인이 뭘까? 내가 볼 때는 사회가 예전보다
               많이 아프고 차가워졌어. 나도 예전에는 앞에서 차 빼달라는 전화받고 나가면 그래도 서로 인
               사하면서 서로 수고하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사람들이 인사를 안 받아줘서 어느 새부터 인사를
               하지 않게 됐어. 사회랑 구성원들은 역동적이야. 적응하지 못하면 씁쓸하지만 온전한 구성원으

               로서 살기 힘들 수도 있어. 내가 적응하도록 좀 도와줄게”그러고는 무슨 책 한 권을 보여주셨
               다. 거기에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이 글을 써보며 의사 선생님의 말
               씀을 생각해봤는데 씁쓸하지만 맞는 말 같다. 무한 경쟁 시대에 예전 같은 모습은 분명히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눈을 뜨고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는 다름을 배척하고 서로 혐오하는 사회라는 차디찬 냉동고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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