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대건고 2022 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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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감상하며 걸으니 벌써 다리가 끝났다. 고된 등산으로 피곤한 상태가 되자 밥 생각이 머릿속
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빠르게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메뉴는 돈가스와 칼국수였다. 흔하지 않
은 조합이라 과연 두 음식 모두 맛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모두의 배가 고픈 탓인지 음식 맛이
뛰어난지 몰라도 모두가 너무 맛있게 먹었다. 날도 좋고 배도 부르고 잠이 몰려오는 시점에서
우린 ‘뮤지엄 산’에 도착했다. 담임 선생님께서 여행 몇 주 전부터 귀가 마르고 닳도록 강조하
신 안도 타다오 선생님의 건물을 드디어 본다는 사실에 기대가 되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이전
에 보여주신 영상이 짚어준 건축적 포인트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미술관에 입장하게 되
었다. 종이의 역사와 백남준 관이 내 기억에 남는다. 이 밖에도 뛰어난 미술품들이 뛰어난 건물
안을 밝히고 있었다. 관람을 마친 뒤 우리 반은 다 같이 제임스 터렐관으로 들어갔다. 예술엔 조
예가 없어 정확히 무슨 방법으로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구
나 관람한다면 신비하고 오묘한 느낌을 얻을 거란 것은 알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도 제임스 터렐관에서의 느낌이 생생하다. 관람을 끝낸 후 명상관으로 향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시간이 있었다. 철제 구조물 사이로 들어가 나는 사진을 찍고자 했다. 우리 가족의
유전적 특성이 하나 있다. 바로 어딘가에 자주 몸을 박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철제 구조물에 머
리를 “쿵”소리와 함께 부딪혔다.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고 나는 고통 속에서 웃었다. 내가 만약
머리를 다치지 않았더라면 이번 기말고사를 더 잘봤을 거라 난 생각한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우리 반은 명상관으로 향했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로 시작한 명상은 금새 웃음참기 챌린지의
현장이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등산을 한 친구들은 명상 시간을 수면 시간으로 만들었다. 거
기에 내 옆자리 친구는 코까지 골았다. 나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고 눈을 감은 채 애국가를 완
창했다. 하루 중 가장 힘든 10분이 지나가고 우리는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뒷자리
에서 야구도 보고 노래도 부르며 신나게 학교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불신과 아쉬움에서 시작한
여행이 현재까지 나의 2년 동안 고등학교 생활에서 최고의 추억이 되었다. 혹시라도 박길환 선
생님께서 여행지를 오지로 잡았다고 하더라도 의심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처음엔 모두
가 불신으로 시작 했지만 모두에게 좋은 추억이 된 만큼 선생님께서 만반의 준비와 고생을 하신
것 같다. 함께 즐겁게 여행한 반 친구들과 우리를 안전하게 지도해주신 박길환 선생님과 안종
민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
34 2022 63號